2012-04-25
독일의 생활 스포츠 Event: “다리 달리기(Brückenlauf)”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우리에게 생활 스포츠가 활성화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 스포츠의 천국인 유럽에서는 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갖가지 생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 특히 필자가 살고 있는 뒤셀도르프 지역은 도심 한 가운데에도 공원이 많고, 라인강을 따라 구 시가지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사람이나 마라톤 동호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이에 발 맞춰 1년에도 몇 차례씩 여러 지역 기업 혹은 대기업들을 메인 스폰서로 하는 다양한 달리기 시합이 개최된다. 이번 글에서는 많은 달리기 시합 중 하나로, Sparda-Bank(슈파르다 방크)가 후원하는 “다리 달리기” 시합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다. 필자가 직접 대회에 참여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관객의 입장에서 대회를 경험했다.
대회 소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리 달리기(Brückenlauf)의 정식 명칭은 메인 스폰서 기업인 Sparda-Bank의 이름을 따서 “Sparda-Bank Brückenlauf”이다. 이 대회는 올해로 벌써 20번째 개최되고 있으며, 전통에 따라 4월 달에 개최되고 있다. 대회 조직과 진행은 뒤셀도르프 경찰-스포츠-클럽(Polizei-Sport-Verein Düsseldorf)에서 맡고 있다.
대회는 뒤셀도르프의 구 시가지에서 열린다. 구 시가지의 라인강변에는 다리가 많은데, 이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대회가 이 대회이다. 말 그대로, 달려서 다리(Brücke)를 건너서 누가 더 빠른 시간 안에 들어오는지를 겨루는 시합이다. 달리기 코스는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에 적혀있는 Start(시작점)에서 시작해서 두 개의 다리를 건너 돌아와 시작점 옆에 위치한 Ziel(도착점)으로 들어오면 된다. 모든 참가자들은 이 코스로 달리기를 하며, 신청한 거리에 따라서 다리를 건너는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
이 대회의 구간은 1,000m, 2,000m, 5,000m, 10,000m로 구분된다. 1,000m와 2,000m는 유소년을 위한 구간이다. 1,000m의 경우 Bambilauf(밤비라우프)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2005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구간이다. 이 구간은 시간을 측정하지 않으며, 참가한 모든 아이들에게 기념품이 증정된다. 2,000m 구간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그룹은 2003과 2004년에 태어난 아이들, 두 번째 그룹은 2001년과 2002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신청할 수 있다. 이 그룹의 참가자들은 1위부터 3위까지 트로피를 받고, 모든 참가자들은 참가 인증서를 받는다. 1,000m와 2,000m 구간에 참가하는 아이들은 거리상 다리를 건너지는 못하고 특별히 마련된 구간을 달리는 것으로 대신한다(아래 지도의 파란색 동선).

[그림1.]다리 달리기 시합의 구간 안내도(출처: www.duesseldorfer-brueckenlauf.de)
가장 다양한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구간이 5,000m 구간이다. 이 구간의 참가자들은 청소년부터 성인층까지 다양하다. 이 구간은 보험회사인 DEVK가 후원을 하기 때문에 명칭이 DEVK-Lauf라 칭해진다. 4개의 그룹이 이 구간에 참가하는데, 1997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청소년 그룹, 1993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청소년 그룹, 모든 연령층의 개인 달리기 그룹 그리고 각 기업별 달리기 그룹으로 나뉘어진다. 위에서 언급한 청소년 그룹과 유소년 그룹은 보통 학교 소속으로 등록하고, 마찬가지로 기업별 달리기 그룹 역시 각 기업 소속으로 등록하게 된다. 5,000m 구간에서는 3위까지 트로피가 수여된다.
이 대회의 메인 이벤트는 10,000m 구간이다. 모든 연령층의 개인별 등록이 가능하고, 각 기업별 등록도 가능하다. 개인별 달리기는 3위까지 시상이 이루어지며, 기업별 달리기는 5,000m와 10,000m 모두 두 가지 방법으로 상을 수여한다. 완주한 시간이 가장 빠른 주자가 포함된 3개의 팀에게 트로피가 수여되는 첫 번째 방법, 그리고 등록 인원 중 완주한 사람이 가장 많은 한 팀에게 트로피가 수여되는 두 번째 방법이 있다.
관람기
필자가 대회를 관람한 것은 문자 그대로 우연이었다.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서 구 시가지를 방문했는데, 라인강 주변에 들어서자 달리기 시합을 알리는 문구가 있었고, 더 안 쪽으로 들어가자 달리기 시합을 하는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1.]대회 장소에 마련된 홍보를 위한 조형물
사진에 보여지듯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광장 입구에 대회를 알리는 조형물을 설치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대회를 보러 온 사람들 중 다수는 필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구 시가지를 방문했다가 위와 같은 조형물을 본 다음에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 조형물을 지나면 광장에 마련된 다양한 부스를 볼 수 있다. 메인 스폰서인 Sparda Bank의 부스, 신문사 Express의 부스 등 다양한 기업들의 부스와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부스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사진2.]광장에 설치된 다양한 부스와 관람객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부스들 옆쪽으로 3대의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안전요원을 비롯한 구급대원들은 수시로 대회 상황을 확인하며 만약에 벌어질 긴급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다리가 이번 달리기 구간 중 첫 번째로 넘는 다리이다.

[사진2.]대회를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과 두 번째로 건너는 다리의 모습
대회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었다. 10시부터 차례로 유소년 경기가 있었고, 12시경부터는 메인 이벤트인 10,000m가 진행되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 구간 옆에 서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10,000m에는 기업별 달리기 그룹도 있었는데, 관람객 중에는 가족 단위로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사진으로 봐서는 다리 달리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필자도 몇 번인가 도보로 달리기 구간에 있는 다리들을 넘어봤는데, 결코 짧지 않은 구간이다. 차들도 지나다니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지만, 도보로 건너는 사람들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달리는데 큰 위험은 없다.

[사진3.]도착점의 모습(출처: http://www.runnersworld.de; Thomas Koch 作 )
도착점에는 사회자가 있어서, 완주하고 들어오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관람객들이 쉽게 알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완주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며, 그들을 격려했다. 도착점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고, 말 그대로 “즐겁게 달렸다”라는 분위기가 넘쳐났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도 서로를 격려하며 대회가 아닌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사진4.]대회에 참가 중인 선수들의 모습(출처: http://www.runnersworld.de; Thomas Koch 作 )
대회 당일 날씨는 달리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날씨 또한 쌀쌀한 편이어서 관람객 중에는 겨울 옷을 입은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진4.]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주최측에서 밝힌 참가자 수는 대략 3,500명이었다.
생활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한국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번 이벤트를 관람하며 느낀 점은 생활 스포츠의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대회도 필요하지만, “다리 달리기”처럼 사람들에게 친숙한 장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소규모이지만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조금 더 지역에 밀착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서 한국의 생활 스포츠도 더 발전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