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1
운동했다가 살 빠지면 어떻게??
몇 년 전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는 '몸짱'이란 말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몸짱'은 한국인의 '美의 기준', 지향점이 되고 있다. '몸짱'이 되는 그 날을 위해, 사람들은 식사량을 줄이고,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며, 수영을 하고, 달리기를 한다.
아프리카 케냐는 어떨까? 우선, 나이로비 같은 대도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젊은 케냐인들의 '美의 기준'은 한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들은 적당히 근육이 있으면서 키 큰 남성을 좋아하고, 남성들은 마른 듯 하면서도 볼륨있는 몸매의 여성을 선호한다. 특이한 점 한 가지는 케냐 남성들은 여성의 몸매 못지않게 피부색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이다. 에티오피아인들과 같은 밝은 갈색의 피부가 콩고인들과 같은 완전히 검은 피부색보다 선호된다.
그런데, 40대 이상 또는 시골에서 자란 케냐인들에게 이상형을 물어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살찐사람들을 선호한다. '살쪘다'는 것은 '많이 먹어 왔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끼니 걱정을 하지 않는 부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살이 쪘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다. 여성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살찐 남성을 선호한다. 살찐 남성은 신랑감 1순위이다!
남성들도 살찐 여성을 선호한다. 이것은 '마른 여성 = AIDS 환자' 또는 '건강하지 못하다'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도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시골에서는 무조건 건강해 보이는 여성이 신부감 1순위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 남편들은 부인을 잘 먹어야 한다. 부인이 마르면, 장인, 장모를 포함한 주변사람들이 부인을 잘 먹이지 못했다고 남편을 욕하며,
능력없다고 손가락질을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살찌고 싶어하고, 살이 찌면 뽐내고 다닌다.
그러면, 이렇게 살찌고 싶어 하는 케냐인들도 운동을 할까? 혹시 '힘들게 찌운 살인데, 운동했다가 빠지면 어떻게!' 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케냐인들이 평소 즐기는 운동과 스포츠에 대해 알아본다.
공 하나만 있으면 돼!
한국에서 인기있는 스포츠를 꼽으라고 한다면, 축구, 야구, 농구, 골프, 테니스, 수영, 피겨 정도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케냐에도 축구, 테니스, 수영 등은 인기이며, 한국과 달리, 배구, 럭비, 핸드볼, 네트볼 등도 인기이다. 그 중에서, 배구와 축구는 특히 인기가 많은데, 세계적 스포츠인 동시에, 특별한 장비 없이 공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가 많은 이유이다.
배구!
Primary 및 High school에는 체육 과목과 체육 선생님이 있다. 보통 금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가 체육 시간인데, 대부분 달리기, 배구, 축구, 핸드볼을 가르친다. 그래서 케냐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가족, 친구, 마을 사람들이 모여 배구를 즐긴다. 필자가 키수무(Kisumu)의 Impala sanctuary를 방문했을 때, 마침 소풍 나온 Primary school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도 배구를 즐기고 있었다.

[소풍 나온 초등학생들] [축구공으로 배구하고 있는 아이들..."나도 끼워죠~"]

[죽어라고 필자만 공격하는 맨발의 케냐아이] [다리 풀린 필자~ '역시 난 배구 체질이 아니야']
축구!
축구도 상당히 인기이다. 그런데 필자는 그토록 축구가 인기임에도 불구하고, 케냐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썩 좋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케냐 출신의 축구선수도 없는 이유가 궁금했다. 주변인들에게 물어 보니, 케냐 축구협회가 부정부패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선수나 감독을 실력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뒷 돈 주면 선발해 주기 때문에, 발전이 없다고 한다. 어쨌거나, 동네 공터에선 아이들이 낡은 축구공 하나를 이리저리 굴리며 몰려다니고, 동네 술집에선 어른들이 맥주 한 병을 시켜 놓고 프리미어리그 시청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여학생들과 축구를 즐기는 미모의 여선생님! 축구를 즐기는 것에는 남녀노소가 없다! ]

[점심시간! 선생님들이 커다란 냄비에서 밥을 퍼 준다.] [숟가락! 사진 찍을 때는 잠시 입에서 빼셔도 좋습니다!]

[입에서 숟가락을 뺄 줄 모르는 미모의 여학생과 기념촬영!]
케냐인들이 배구와 축구를 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놀이로'서 즐기기 위함이다. 다수 케냐인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다. '살이 빠지는 것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이라는 단어 자체를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은 케냐인들이지만, '몸짱'들은 정말 많다. 여자들보다는 남자들 중에 특히 몸짱이 많은데, 심지어 길거리거지, 일용 노동자들도 하나 같이 다들 '몸짱'이다. 다만, 그들이 '몸짱'이 된 과정은 한국인들과 차이가 좀 있다. 그들은 한국인들의 '식이요법' 대신 '굶주림'으로 몸에 지방을 없앴고, '웨이트 트레이닝' 대신 '막노동'으로 근육을 발달시켰다

[케냐의 수레꾼들! 몸에서 지방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정신병자도..몸짱이다!]
케냐에서 이런 운동하면 좀 있어보인다!
수영, 골프, 테니스, 야구, 농구, 크리켓 같은 스포츠는 특별한 운동 장비나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이로비, 몸바사, 키수무 같은 대도시에서만 즐길 수 있다. 또 운동 장비 및 시설의 유지관리비용 때문에 '이용료'를 받고, 따라서 이러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케냐인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수영을 하려면 일단 수영장으로 가야 하는데, 자가용이 없다면 사람 바글바글한 마타투를 타고 가야 하며, 한 번에 약 1,500원(100실링)에서 7,500원(500실링) 정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가정부, 일용직 노동자의 일당이 약 3,000원(200실링) 정도라는 사실을 보면, 적은 돈이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스포츠센터의 '멤버십'이다. 나이로비 시내에 약 30~40개의 수영장이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멤버십에 가입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센터 안에 있다.어쩌다 한 번 큰 맘먹고 수영을 하고자 해도 멤버십이 없으면 쉽지 않다. 케냐에서 부(富)티 나게 살고 싶으면, 스포츠센터에 회원가입을 하고 수영, 테니스 등을 즐기면 된다!

[나이로비 부자동네 Parkland의 스포츠클럽! 그 수준은 한국의 동네 헬스장만 못하지만,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의 집 주인은 National Housing Corporation의 Managing Director로 그 사회적 위치가 상당히높은데, 그도 이 스포츠클럽 회원이다! (사실, 필자도 집주인이 스포츠클럽에 전화를 해줘서 이용할 수 있었다.)그러면 스포츠센터는 왜 회원제 운영을 고집할까? 필자가 아는 한 케냐인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케냐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부자들은 그들만이 갈 수 있는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그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케냐의 쇼핑몰, 스포츠센터 등은 철저하게 부유층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다고만 생각하는 아프리카지만 의외로 High-end, Premium 제품이 잘 판매되고, 앞으로 더 많이 판매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수영을 말로 배웠습니다
케냐에서 만큼은 상류층에 속하는 지역전문가! 버터플라이(접영)을 배워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집 근처 스포츠센터를 찾았다. 회원제로도 운영되지만, 4,500원(300실링)을 내면 하루 온종일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다. 또 수영강사에게 7,500원(500실링)을 내면 하루 강의를 받을 수 있다

[버터플라이를 배우겠다고 하니, 다른 영법을 먼저 테스트해 보겠다고 한다. 한국에서 자유형, 배영, 평영을 이미섭렵했던 필자는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고 접영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수영강사는 물 밖에서 뒷짐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며 말로만 접영하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말로 배운 접영! 당연히 잘될 턱이 없는데, 강사는 계속 뒷짐만 지고... 30m 수영장을 계속 왕복하라고 시킨다.자유형으로 갔다 배영으로 오고 평영으로 갔다 접영으로 오라고 한다. '젠장 뭘 가르쳐 줘야 접영을 하지!' 그렇게 30m를 왕복하며 접영을 시도하다가 물만 실컷 먹기를 몇 일! 필자의 뱃속은 수영장 락스물로 새하얗게 타들어가 가고, 수영강사는 이를 외면하다 못해 급기야 걸음망을 들고 수영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고가의 비용 때문에 수영장을 갈 수 없는 아이들은 근처 강가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Thika road를 따라 흐르는 Mathare 강에서는 많은 소년들이 물장구를 치며 노는데, 대부분 Mathare 슬럼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다. 집 근처에 강, 호수, 바다가 없으면 수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제한된다. 그래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수영을 해 보지 못한 케냐인들이 상당히 많고, 그들은 물을 무서워 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호 'Lake victoria', 이 곳의 세차요원들은 차를 호수에 반쯤 담그고 세차를 하는데, 차량 외부, 내부는 물론 엔진 룸까지 닦아 준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한다.]
테니스를 배워 보자!
케냐에는 '미니 테니스'가 있다! 미니 테니스는 작은 테니스 코드와 라켓, 부드러운 공을 사용하는 테니스의 축소 버전으로,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더 많이 가르쳐 주고 보급시키기 위해 도입되었다. 작은 평지만 있으면 미니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데, 현재 나이로비에서는 약 15개 학교에 보급되어 있으며, 계속해서 확대시켜 갈 계획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테니스는 부자들을 위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테니스를 즐기려면 사설 스포츠 센터에서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졸업하면 대부분 더 이상 테니스를 치지 않고,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킬리마니 지역의 테니스 코트, 한 시간 테니스 강사와 테니스를 치는데 1만 5천원(1,000실링)]
달려라~ 케냐!
케냐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스포츠가 바로 마라톤이다. '케냐의 마라톤'은 '브라질의 축구'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케냐 선수들은 각 종 세계대회를 석권하고 있다고 한다. 43개 부족 중 특히, 달리기를 잘 하는 부족은 카렌진인데,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케냐선수의 80%가 이 카렌진족이라고 한다(Marathon.pe.kr).세계대회 말고도, 케냐 내에서도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가 많이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Standard chatered bank가 후원하는 대회이며, 그 외에도 AIDS, 심장병, 암 환자 등을 돕기 위한 다양한 자선 마라톤대회가 있다. 더 많은 케냐인들이 달리기를 하고, 기념 T-shirt와 모자가 더 많이 판매될수록 더 많은 생명이 살 수 있다.86아시안게임 금매달리스트, '라면만 먹고 뛰었어요...'의 주인공, 임춘애! 실제로 임춘애씨는 라면만 먹지는 않았는데, 한 기자가 체육보조금 예산확보에 도움이 된다면서 약간 과장되게 쓴 기사라고 한다. 하지만 케냐에서는 정말 우갈리(옥수수 가루로 만든 떡)만 먹고 뛰는 아이들이 있을 법하다. 케냐의 많은 청소년들이 마라토너가 되려고 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취직이 어렵기 때문이고, 또 취직을 한다고 해도 월 평균수입 10만원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이기 때문이다. 고액상금에 매력을 느낀 젊은 케냐인들은 오늘도 대박신화를 꿈꾸며 달리고 있다.

African Championships 2006 (Gold), Commonwealth Games 2006 (Gold)
World championships 2007 (Gold), World championships 2009 (Silver), Continental cup 2010 (Gold)
JANETH JEPKOSGEI와 같은 스포츠 영웅이 되는 것은 모든 케냐 마라토너들의 꿈!